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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비봉산 가는 길

10월이 가기 전에 안성 비봉산을 찾아 간다. 가을 단풍이 좋기로는 죽산면의 칠장사에서 올라가는 '칠장산 둘레길'의 단풍이지만, 오늘은 인연이 닿지 않아 시청 뒤의 비봉산을 찾아 가는 길이다. 어차피 비봉산 정상까지는 못 가지만, 팔각정(비봉정)에 올랐다가, 약수사로 내려오는 길만 걸어도 단풍나무길을 걸을 수 있느니. 다만, 단풍색에 빠져 아내가 부탁한 심부름은 잊지 말아야겠지. 오늘 저녁, 어머니 기일을 맞아 제사상에 올릴 떡이며, 사과, 대추, 그리고 생전에 아버지가 좋아 하시던 닭 한 마리면 상차림은 완성된다 하였다. 생선이며 나물이며, 각종 과일이며 언제 아내는 상차림 준비를 다했을까. 그러나 오후 1:20, 서인사거리의 성모병원 입구에서 70번 시내버스를 내렸다. 바로 앞에 중앙시장이 있기도 하..

카테고리 없음 2024.10.29

인연의 시간

마침내 아파트의 엘리베이터 교체공사가 시작되고, 나는 시방 적응의 시간을 갖고 있다. 책장 정리를 하다가, 서가 한 모퉁이에서 숨은 듯 감추어 있는 책 한 권 꺼내어 읽고 있다. 언제부터 그 책은 그 자리에 붙박인 채 내 눈에 띄기를 기다리고 있었을까. 도종환 산문집 중에서 제1부 '모두가 장미일 필요는 없다'를 읽고서, "행복이란 만족한 삶이다"란 말에도 수긍하게 된다. "...... 그러나 모든 사람이 장미일 필요는 없다, 나는 나대로, 내 사랑하는 사람은 그 사람대로 산국화이어도 좋고 나리꽃이어도 좋은 것이다. 아니, 달맞이꽃이면 또 어떤가." 나는 지금 인연의 시간을 살고 있다. 이 책을 만난 것도 인연이고, 이 책을 읽게 된 것도 인연이다. 사실 살아가는 동안, 내가 만난 꽃들, 내가 만난 사람..

카테고리 없음 2024.10.29

행복

행복 - 청마 유치환 -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던 더욱 더 의지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깃발 -..

카테고리 없음 2024.10.29

프로야구의 매력

엊저녁의 2024시즌 KBO 5차전은 기아가 삼성을 7:5로 역전승하면서 한국시리즈 7전 4선승제에 있어서 통산 전적 4:1의 승리로 12번째 KS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올해의 KS에서의 MVP는, 당연히 우승팀인 기아 타이거즈의 몫이겠지만, 46:45로 김태군 포수에게 한 표차로 앞선 김선빈 타자가 생애 처음으로 받고서 짜릿한 기쁨을 맛보았다. 2024 프로야구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순간에, 긴 레이스를 펼친 모든 구단의 선수와 임원에게 축하를 보내고 싶다. 야구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야구장을 꽉 매운 사람들로 놀라게 된다. 나로서는 20년도 전에 야구장을 찾은 기억이 두 세번 있을 뿐이지만.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면서 목청껏 환호하고 열광하는 것은 스트레스 해소에 큰 도움이 될 터이다. 특히나 자신이 ..

카테고리 없음 2024.10.29

재방송으로 듣는다는 것

한밤중에 KBS클래식FM으로 (진행, 전기현)을 재방송으로 듣고 있다. 엊저녁에 tvN 주말 드라마 를 재방송으로 시청하고, 2024시즌 KBO 한국시리즈 기아와 삼성의 5차전을 TV시청하느라고 을 듣지 못했었다. 재방송으로 듣는다는 것, 좋아하는 음악프로그램을 한 번 더 들을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가 있다는 것, 그것은 실로 대단한 일이다. 살다보면, 한 번만 더 기회가 주어진다면, 잘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한편, 또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는 어리석은 말과 행동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그로인해 스스로가 두고두고 마음에 응어리가 지지 않도록 할 수도 있으리. 정든 사람과의 헤어짐의 아픔과 후회를 많이 줄일 수 있고, 하여 마음에 드리우는 그늘의 장..

카테고리 없음 2024.10.29

KBO 한국시리즈 5차전

대망의 꿈의 가을야구 무대, KBO 한국시리즈 기아 타이거즈(감독, 이범호)와 삼성 라이온즈(감독, 박진만)의 2024시즌 KS 5차전 경기를 기다리고 있다. 광주 기아챔피언스 필드에서 펼쳐질 오늘의 5차전은, 정규리그 1위팀 KIA가 삼성에 3:1로 앞서 있어서 오늘 KIA가 이긴다면, 2017년도에 4승 1패로 한국시리즈의 우승에 이어 통산 12번째 우승을 차지할 것이다. 나로서는 비로 이틀이나 순연된 1차전(기아 5:1승), 곧이은 2차전(기아 8:3승)의 TV중계를 봤을뿐, 3차전(기아 2:4패), 4차전(기아 9:2승)은 여행 일정으로 볼 수 없었다. 오늘은 기아의 KS 우승도 걸려있어서 끝까지 TV중계 시청을 할 것같다. 기아타이거즈의 선발 투수는 양현종(36)으로 (삼성의 선발 투수는 이승현..

카테고리 없음 2024.10.28

아침 산책삼아 아내와 함께 남아공기념비를 거쳐 마트킹을 다녀왔다. 계란 한 판, 북어포, 김, 유과, 두부, 시금치, 요구르트 등을 사서, 주말을 보내고 본격적으로 아파트 엘리베이터 교체공사가 시작되기 30분 전에 10층으로 올라올 수 있었다. 금일 오전 9시에 공사가 시작되면, 다음달 11월 25일까지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없어 계단을 통해 10층까지 오르내려야 한다. 튼튼한 다리라면 운동이라 생각하고 일부러라도 계단오르기를 즐길 수도 있겠지만, 나는 사정이 사뭇 다르다. 아직 치료방법도 묘연한 무릎 통증이며 대퇴부 고관절 통증이 도사리고 있어서 계단 오르내리기가 좋을 리가 없다. 그래서 나는 오늘부로 섬에 산다. 계단은 내게 섬에서 육지로 나가는 배인 것이다. 택배도 끊길 것이고, 왕래하는 손님도..

카테고리 없음 2024.10.28

시월에, 시월애

평택 원평동 군문교에서 안성 서운면사무소로 이어지는 '경기둘레길'을 걷고 있다. 평택천의 고수부지에 펼쳐진 억새밭이며, 갈대밭, 그리고 제방길을 따라 코스모스꽃이 가을을 수놓고 있다. 누구는 패러 글라이딩을하고, 누구는 조깅을 하고, 누구는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지만, 나는 속절없는 걷기 여행자이다. 무릎이며 다리 고관절이 이상 징후를 보이면서 걷는 즐거움도 많이 줄어들었다. 그래도 누워 있으면, 병들게 되고 앉아 있으면 눕게 되고, 걸어야 살 수 있으니, 기를 쓰고 걷는다. 이곳은 기차가 지나가는 기찻길 아래로 둔치의 산책로가 뻗어 있어서 영화 의 테마 음악을 연상케 한다. 끝간데 없을 것같은 길도 끝이 있더라. 평택강의 상류인 안성천을 만나 다시 제방길을 걷는다. 안성천 너머 멀리 서운산이 보이고, 금..

카테고리 없음 2024.10.27

10월이 가기 전에

10월의 마지막 일요일에 출근 도장을 찍듯, 또다시 평택역으로 나간다. 누가 걷기 여행자가 아니랄까봐 오늘까지만, 오늘까지만 하고 행장을 차려 길을 나선 것이 몇 십년이던고. 오늘까지만, 오늘까지만 하고 마셔댄 술이 얼마이던고. 아무리 깨지라고 결심이 있기도 한다지만, 11월을 설계하는 마당에 와서 10월이 다 가기 전에, 먼 훗날, 인생을 돌아볼 때 '10월의 어느 멋진 날'을 추억할 수 있는 이벤트 하나 만들 수 없을까. 궤도에서 벗어난 탈선이라고까지 할 것은 없지만, 아산 용곡공원 황톳길을 걷겠다고 도시락을 챙겨 오기는 했지만, 평택역에서 전철을 타는 대신에 가장 빨리 온 1220(옛 20)번으로 환승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엔, 같대밭이며 억새밭 사잇길을 걷는 것도 좋으리라. 군문교 아래 원평동..

카테고리 없음 2024.10.27

영동을 떠나며

'영동 레인보우 힐링관굉지'에서 내려와 다시 '영동와인터널'로 나왔다. 영동역으로 가기 전에 영동중앙시장으로 가려는데, 순환버스가 오지 않는다. 오후 6:10이 되었을 뿐인데, 순환버스는 끊겼단다. 그러다가, 길 가는 승묭차가 우리 부부를 영도멱에 데려다 주었다. 감사하게도! 영동역 앞 에서 짜글이에 참이슬의 궁합을 맞추어 보기로 했다. 역시 짜글이의 이름으로 처음 먹어본 짜글이는 (1인분, 9,000원) 짜글이의 이름값을 충분히 하고도 남았다. 그런데, 참이슬이 없어도 짜글이의 맛은 여전할까. 또는 건강이 안 좋아서 술을 마시자 않는다면, 그래도 짜글이는 짜글이대로 맛의 진가를 발휘할까. 아뭏튼 영동을 떠나며 과일 대신 돼지고기를 짜글짜글 끓인 짜글이는 최고의 피로회복제였다. 오후 8:05 출발하는 서..

카테고리 없음 2024.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