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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이 가기 전에

걷기 여행자 2024. 10. 27. 09:41


10월의 마지막 일요일에
출근 도장을 찍듯,
또다시 평택역으로 나간다.

누가 걷기 여행자가 아니랄까봐
오늘까지만, 오늘까지만 하고
행장을 차려 길을 나선 것이
몇 십년이던고.
오늘까지만, 오늘까지만 하고
마셔댄 술이 얼마이던고.

아무리 깨지라고 결심이 있기도 한다지만,
11월을 설계하는 마당에 와서
10월이 다 가기 전에,
먼 훗날, 인생을 돌아볼 때
'10월의 어느 멋진 날'을 추억할 수 있는
이벤트 하나 만들 수 없을까.

궤도에서 벗어난 탈선이라고까지 할 것은  없지만,
아산 용곡공원 황톳길을 걷겠다고
도시락을 챙겨 오기는 했지만,
평택역에서 전철을 타는 대신에
가장 빨리 온 1220(옛 20)번으로 환승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엔,
같대밭이며 억새밭 사잇길을 걷는 것도 좋으리라.

군문교 아래 원평동 억새축제가 열렸던 평택천 둔치에서
축제가 지난간 뒤의 호젓한 억새밭 사잇길을 걷는다.
10월이 가기 전에
술을 끊을 결심만  해도 부끄럽지 않을 텐데!
가까스로 건강을 지킬 수도 있을 텐데!

억새밭이 끝난 곳에서
자전거길이 지나는 제방길로 올라왔더니,
코스모스 꽃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경기 둘레길'이 지나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평택강 주위로 온통 같대꽃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