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5, 온양온천역을 출발한 전철로
천안을 지나 두정역에 가까워지자
다시 길욕심이 생겼다.
지난날 열 번도 넘게 걸었던 천안삼거리공원까지의 '삼남길 (천안구간) 일부'를 걷기로 한 것이다.
길을 만나면 길에 반하고,
그 길에 취해 사브작사브착 걷게 된다.
전생에 역마살이라도 낀 것일까.
유전자DNA에 유목민의 피라도 섞여있는 것일까.
아무려나 길에 기대어 길에 묻어 함께 흘러가는 '걷기 여행자'의 삶이 좋기만 한 것을 어쩌랴.
두정역에서 오후 1시 출발.
그러나 몇 달만에 찾은 삼남길의 표지를 20분만에 역말오거리에서 찾았고,
천안버스터미널에서 10분이면 갈 수 있는
도솔광장에 3:30 도착.
태조산에 잠시 들었다가 향교로 내려갔고,
동말교를 건너 두 번째 산기슭을 오를 때는
삼남길 이 실종되고 없었다.
나야 길이 이어지는 곳을 익히 알고 있지만,
초보여행자의 경우엔 고생께나 하겠다.
비를 잔뜩 머금은 바람을 맞으며
경부고속도로 옆 으로 난 오솔길을 걸었다.
시방 걷는 사람이 없는 이 호젓한 길은
나를 기억하고 온 몸으로 반긴다.
나는 천상 길 위를 떠도는 에뜨랑제인 것을.
오후 3시 6분, 천안삼거리공원에 도착.
재개발사업현장으로 울타리가 쳐 있어서
영남루를 볼 수조차 없었다.
마침 기다렀다는듯이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평소같으면 삼용천을 따라가다 '미나릿길 벽화마을'도 만나고., 남산중앙시장의 '운수대통 국밥집'에서 순대국밥이라도 먹고 천안역으로 갔을 것이지만,
오늘은 400번 시내버스로 바로 천안역 동부광장으로 갔다.
오늘은 이만하면 '걷기 여행자의 즐거운 삶'을 만끽하였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