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만에 과천 서울대공원을 가는 지
가물가물하다.
어떻게라도 가면
그곳이 좋을 지 뻔히 알면서도
나중에 나중에 하고, 차일피일 미룬 것이 이제껏 발길이 뜸해진 것이다.
만날 사람은 늦기 전에 만나야 하고,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늦기 전에 찾아가야 하고,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늦기 전에 먹어야
나중에 후회를 안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가 여간해선 쉽지가 않으니.
아파트 엘리베이터(승강기) 교체공사로
있을 땐 몰랐는데,
막상 없으니까 불편한 것이 한 둘이 아님을 실감한다.
10층 계단에서 내려올 때,
한창 산에 다닐 시절에 백운산에서 얻은
나무지팡이를 가져와 화단가에 모셔놓았다.
저녁에 10층 계단을 오를 적에,
미니 등산이라 치부하고 지팡이에 기댈 수가 있으리니.
아내와 함께 평택역으로 나와서
청량리행 급행전철을 타고
4호선 서울대공원역으로 가는 환승역인
금정역으로 가는 동안
짜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도종환 산문집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중에서
제 3부 '깊은 깨달음 쉬운 가르침'을 읽었다.
책이 있으니, 전철 안에서 무얼 할까,
무슨 생각을 할까, 또는
스마트폰을 들여다 볼 필요가 없어서 좋다.
수필 한 꼭지씩 읽으며,
다민 내릴 역은 지나치지 않도록 챙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