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 벚꽃 필 무렵부터
간다, 간다 했던 잠실 석촌호수를
이제사 찾아 간다.
그새 화사한 연분홍빛 벚꽃잎은 지고,
꽃진 자리에 버찌가 맺혔다가
파랗게 붉게 검게 색이 변해갔을 것이다.
이제 벚나무 잎들은
파란 색에서 붉게 단풍이 들어
또 한 번의 꽃을 피우고 있댜.
낙엽이 져서 가을바람에 날리는 잎새가
마치 봄바람에 날리는 낙화와도 같아라.
시시각각 제 몸을 바꾸며
겨울나기를 하는 나무를 보면,
우리네 인생살이를 꼭 닮았구나 싶다.
가을 속으로 성큼 들어가며,
나는 나의 가을, 나의 겨울, 나의 계절을 위해
무슨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나?
내선순환 2호선 지하철은
강변역(동서울터미널)을 지나 한강을 건넜다.
하마터면 잠실나루에서 내릴뻔 했지만,
석촌호수에 가기 위해서는 잠실역까지
한 졍거장 더 가야 했다.
올 가을이 가기 전에
간다, 간다 했던 석촌호수에 와서,
잠시 머물다 간다.
예전처럼 석초호수 둘레길을 한 바퀴 걸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나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나마 석촌호수에 다녀간 것을
행복으로 여길 일이다.
아, 최소한의 건강이나마 지켜내서
가고 싶은 곳을 언제라도 두 발로 걸을 수 있다면,
그게 행복이다.
한강
롯데 월드 타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