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택역을 나와서
'몰라서 못걸어본 사람은 있어도
알고도 한번밖에 걷는 사람은 없더라'는
통복천 바람길숲을 맨발로 걷기 위해
통복시장을 거쳐 길을 따라 걷기로 했다.
은행나무 가로수 나뭇잎은 아직 단풍이 안 들었는데
노랗게 익은 은행 열매가 길가에 떨어져 있다.
더디긴 해도 가을이 오긴 오는가 보다.
황톳길이 아니고 흙길이면 어떤가.
맨발로 바람길숲을 걷는데,
죽백동에서 오신 할머니가
일일이 밤을 주워 와 난전(?)을 펼쳐놓고 있었다.
만원에 다 가져가라 하신다.
작년 가을만 해도 백운산에서 5만원치는 주웠겠다.
이제 다리 고관절이며 무릎이 아파서
산을 오를 수 없으니,
밤을 좋아하는 두 손녀딸을 위해서라도
알밤을 데려가기로 했다.
할머니에게는 손주에게 줄 용돈일 수도 있겠고.
그나저나 집엔 대구 안사돈이 보낸 대구막창이여 땅콩도 한 보따리 있는데!
바람길숲을 걷는데, 바람이 자고 없다.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덥다.
배낭도 없이 길을 나섰으니,
밤보따리 때문에라도 배다리생태공원에는 못 가고,
바람길숲을 끝까지 걸어
오늘의 길을 접어야 할 것같다.
저녁에 집에서는 대구막창 파티에
참이슬이 등장했다.
개미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