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유월이를 떠나 보내고

걷기 여행자 2024. 7. 1. 00:36



방금 유월이를 세월의 강 너머로 떠나 보내고,
KBS클래식FM에서 황덕호의 <재즈 수첩>을 만나서
새로 맞이한 칠월과 함께 한 여름밤을 지치고 있다.

사는 것에 지칠 무렵이 되니,
온 몸과 마음이 아프게 되더라.
여름을 타는 것인가.

며칠 전엔 첫 버스로 평택역으로 나가
대천해수욕장으로 가서 맨발 걷기를 하려 했더니,
마침 서울 가는 급행전철이 들어오기에
처음으로 그 전철을 타고 서울역으로 갔었다.

서울역 역사 뒷쪽에서 '서울로' 하늘길을 만나 걸었고,
남대문시장을 지나 덕수궁에서 고궁 산책을 했었다.
예전 같았으면 광화문 거리를 걸어 경복궁에도 가고 창덕궁에도 가고,
인사동을 지나 조계사에라도 들렀다가,
청계천으로 가서 물길 따라 걷다가,
내가 좋아하는 광장시장에서 빈대떡 부침개라도 찾았겠지만,
그 날은 왠일로 모든 것이 시들해져서
시청역에서 천안행 급행전철로 돌아오고 말았다.
블러그 쓰느 것마저 시들해져서 아쉽다.

어차피 네팔이며 인도를 못 갈 것이면,
가까운 일본의 도쿄나 오사카라도 함께 자유 배낭여행을 다녀오자고
아내에게 청했건만 거절하고 말더라.
하긴 해외여행을 다녀온지가 7~8년은 되었으니,
나로서도 사실 이 나이에 배낭여행이 가능할지 장담할 수 없었다.

그렇게 말 많고 탈 많은 유월이는 내 곁을 떠나 갔다.
홧술에 절어서 만신창이가 될 만큼 지친 나는,
칠월 첫날을 맞아
새로운 비상을 꿈꾸고 있다.
잊을 것은 잊고, 새로이 얻을 것을 구하러 길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그 길에서 과연 나는 살아 남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