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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오니까,

걷기 여행자 2024. 6. 1. 19:18

집에 돌아오니까, 좋다.
5월 달력이 아직 제 자리에 붙어 있고,
아내가 그 자리를 지키고 있고,
마지막이니까 하고 냉장고에 넣어둔
지평생막걸리도 여전히 날 기다리고 있고,
오후 6시가 되니까,
기다렸다는듯이 FM라디오에선 '세상의 모든 음악'이 흘러 나온다.

저녁 밥상엔, 맛이 기막힌 갈치 구이,
돼지 목살 상추쌈이 등장해
외지 음식에 길들일뻔한 입맛을 사로 잡았다.
후식으론 완두콩과 참외가 선보였으니,
집에 돌아오니까, 좋다.

집에 돌아 오기 위해 길을 떠난다 하더니,
집밥의 소중함을 알겠다.
하마터면 아픈 다리로 2층 계단을 오르 내리고,
화장실과 세면실, 주방이 별도 공간에 있어서,
고생께나 했을 주문진의 달방은 아무래도 한동안 비어 있을 것이리니.
무엇보다 무릎 통증을 압박하는
무거운 배낭에서 해방되어 좋다.

찜질방의 코골이꾼으로부터 벗어나서 좋다.
이갈이는 없었지만.
잠자리에서 2천 원씩 하는 담요이불  걱정 없어 좋다.
3박 4일의 이번 출타길에 이틀은 제대로 잠을 못 잤으니,
오늘은 일찍암치 숙면을 취하도록 하자.
내일은 일요일이라 휴일이지만,
어디 집 밖에 나갈 생각일랑 말고,
집 안에서 느긋하게 쉬며 에너지를 충전하도록 하자.

그래, 집을 나가 세상 밖에서 떠돌 때면 항시 그렇듯,
집에 돌아 오니까 좋다.
돌아갈 집이 있어서 좋다.
집에 돌아갈 걱정을 안 해서 좋다.

이어폰 없이 라디오 볼륨을 한껏 높이고,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 좋다.
언제고 신경쓰지 않고 화장실을 이용하고,
마음 내키는대로 과일 등 간식을 먹고,
안전하게 스마트폰을 충전하고,
와이파이 걱정없이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어서 좋다.

그러나, 그러나, 가출이든 출가든
버릇이 되고, 습관이 되지 않도록 할 일이다.
마음만 바꾸면, 어디든 안식처가 되도록
수양에 힘쓸 일이다.
굳이 먼 길을 떠나지 않아도 충만한 삶을 살도록 하자.

유목민의 삶에서 정착하는 법을 배우고,
방황하는 길 나그네에서
한 자리에 머물러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도록 하자.
그으래, 결론적으로 말해서
집에 돌아 오니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