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란 대체 무엇일까.
오늘 점심참에 비가 내려서
아내가 특별히 부추양파전을 마련했는데,
마침 집에는 소주도 막걸리도 없던 터여서
지난번 제주도 여행길에 큰 아들이 선물한 위스키 <Glenfiddich 12년산>을 한 잔 했는데,
내가 술 마신 것을 모르는 아내는
이어서 오리백숙을 정찬으로 내오는 바람에
아내와 함께 위스키 한 잔을 또 마시게 되었다.
그러다가, 일찍암치 저녁을 먹고 쉬려 하였더니,
내일은 큰 아들이 회사 모임으로 퇴근이 늦어질거라 하면서
퇴근길에 참외 한 박스와 토마토 한 박스, 일본술 한 병과 함께 서더리탕 재료에다 왕 무우 한 개, 선오징어 네 마리를 데려왔다.
내일의 어버이날에 함께 외식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이 미안해서일 것이다.
견물생심이라 했던가.
신선한 오징어 두 마리로 내가 젤 잘하는 요리인 오징어볶음을 했고,
이번엔 일본술(니혼슈) 구보타 (KUBOTA)를 한 잔 할 수밖에 없었다.
구보타를 한자로 표기하지 못해 아쉽다.
스마트폰에 분명 기능이 있을 터인데.....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아들이 술을 마시지 않은 지가 근 4년이 다 되어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속초 시절의 블러그를 다시 읽다 보니,
그 때도 술을 끊겠다고 부단히 시도했고 매번 실패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술이란, 과연 내게 있어서 무엇인가.
지금까지 이 나이 되도록 살아 오면서
술 때문에 저지른 실수도 많을 터인데,
지금도 술타령을 일삼으면서
금주네 절주네 입싸움만 하고 있다.
정녕 술을 끊지 못하는 것인가.
줄창 마시기 위해 핑계만 대는 것인가.
이제 거의 건강전선의 마지노선인 막바지에 이르렀는데,
버킷리스트의 하나인 책만들기를 위해서라도
모종의 결심을 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