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꿈같은 열흘을 보냈다.
봄날은 간다.
이젠 오고 가는 봄을,
봄이 오면 오는대로, 가면 가는대로
지연의 이치대로 살 수 있으면 좋겠다.
바라는 것이 넘치지 않게, 부족하지도 않게
자족하는 삶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다.
봄날은 간다
노래 백설희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열 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 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