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
봄이 왔지만 봄같지가 않다.
춘분인데도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다른 때 같았으면, 걷기 여행자로서
어디로든 봄길을 좇아 길을 잡았겠지만,
오늘은 아내의 성화에 못 이긴채
평택 합정동의 '으랏차 정형외과 병원'을 찾아
대퇴부의 통증 치료를 받았다.
지난 1월 말에 이어 두 번째로
네 방의 허리주사를 맞고,
약간의 도수치료를 포함하여 물리치료를 받았다.
통증이 쉽게 가시지 않을 수도 있어서
요양보호 일을 할 때는 자세에 신경을 써서
무릎 꿇거나 쭈그려 앉은 상태에서는 곧바로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진단과 함께
한달치의 통증완화 및 염증을 다스리는 약을 처방받았다.
오늘은 춘분, 인천의 손자 생일인데,
함께 식사를 할 수가 없어서
집에 가는 길에 옛날통닭 한 마리와 사과 한 보따리를 데려갔다.
아파트 앞 화단엔 수선화 꽃이 피어 있었고,
거실 베란다엔 얼마 전에 꽃꽂이한 개나리가 노란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참, 집에는 두 아들이 합심해서 선물한
삼성 노트북이 도착해 있었다.
지금의 노트북이 오래되어서 인터넷 접촉불량을 호소했더니,
고맙게도 새 것으로 주문한 것이었다.
오후엔 얼마 전에 아내와 함께
구례 산동마을의 산수유축제에 갔을 때 산
전기마사지기 (우리집 스포츠닥터, 27만원)로 굳은 근육을 풀기로 했다.
놀라운 사실은 아내와 함께
후라이드 치킨을 먹으면서도 술을 일체 먹지 않았고,
심지어 술 생각도 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춘래불사춘'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도도하게 혹은 살며시 곁에 찾아온
봄의 환희가 느껴지지 않을 수가 있을까.
머잖아 세상을 수놓을 봄꽃 세상에서
꽃멀미하며 기지개를 켜는 날이 오리라.
봄, 봄, 봄, 봄아 오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