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추위가 예상되는
절기상 대설(大雪)을 맞았다.
아직 어둠이 지배하는 꼭두새벽에
평택역으로 나와 청량리행 전동열차에 몸을 실었다.
서울에서 갈 곳을 따로 정하지 않고,
마음 내키는대로
발길 닿는대로 걸을 것이다.
날씨가 추운 것은 견딜 수 있다.
겨울이니까 추운 것이다, 생각하면
추위를 견디지 못 할 것도 없다.
그러나, 그러나,
12. 3 계엄령으로 촉발된
초유의 비상정국 앞에서는
일개 개인으로서는 차마 공포의 추위를 견디기 어렵게 되었다.
오늘 오후엔 여의도 국회에서
2004년의 노무현 대통령,
2016년의 박근혜 대통령에 이어
한국 헌정사에 있어서
세 번째 대통령 탠핵소추 결의안에 대한 표결이 이루어질 것이다.
나라의 운명이 달린 날인 것이다.
주말마다 또 계엄령 선포가 있던 날부터 매일같이
이 추위에 거리에 내몰려 촛불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의
나라를 향한 구국의 충정 앞에서는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온전한 자유와 평등, 평화를 기반으로 한
민주주의 국가가 지켜지지 않으면,
그것은 정의로운 일이 아니다.
민의(民意)가 무엇인가.
국민의 뜻을 따르지 않는 독재국가에서
국민의 진정한 행복과 번영을 담보할 수 없는 것이다.
평범한 일상이 파괴되고, 짓밟힌 후에
무엇으로 구원을 받을 것이냐.
누구라도 당리당략에 빠져
구차한 셈법에 빠져
대의를 져버려서는 안 된다.
국민의 뜻이 극민의 명령인 것이다!
오늘이 우울한 대설(大雪)로
기록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세계 만방에 다시 햔 번 각인시키는 날이 되었으면 한다.




헌법재판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