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판이다.
오산의 물향기수목원 입장이 폭설로 인해 두 번이나 막혔으니,
오늘은 세 번째 도전이다.
그리고 오늘은 수목원이 개장한다는 것을
사전에 전화로 확인까지 했다.
그런데도 오늘의 길 위에서 망설이는 것은,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이다.
내일도 모레까지도 추워질 수 있고,
그 후에는 비나 눈 소식이 있다 하여
오늘이라도 물향기수목원을 찾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오늘은 오산 오색시장 오일장날 (3, 8일)이니,
물향기수목원에서 오산천을 건너
오산 오색시장에 들렀다가 오기로 했다.
까짓것, 지가 추우면 얼마나 춥겠어, 하면서도
안전이 제일이라 내복을 입기로 했다.
멋을 내기엔 한참 지난 나이이고,
추위에 달달 떨기 보다는
따뜻한 차림으로 길을 가기가 열 번 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밖으로 나오니 견딜만 했다.
워낙 단도리를 잘한 탓도 있지만,
햇빛이 나서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 정도면 겨울다운 날씨라 할 수 있겠다.
오늘도 나는 길 위의 에뜨랑제가 되어
오늘의 길을 걷고 있다.
마침내 들어온 물향기수목원에서
눈 폭탄이 몰고온 나무들의 상처를
무수히 확인할 수 있었다.
때로는 뿌리째 뽑히고, 나뭇가지는 부러지고 살이 찢어지는 고통을 겪었을 것이다.
근무하는 직원들의 마음도 아팠으리라.
그것도 모르고, 직워들의 근무 태만을 언급했다니!
이제 참상을 눈으로 목격하니, 부끄럽고
부끄럽다.
이곳에 오기를 열 번도 잘했다.
첫눈 피해 참상이 이 정도일 줄이야!
난대 양치식물원에서 동백꽃을 만나고
물향기수목원을 나왔다.
설해목(雪害木)
쑥대밭이 된 대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