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禁洒) 여행을 떠난 지 사흘째,
작심사일(作心三日)의 고비를 맞았다.
어제 저녁 큰 아들은 퇴근 길에
부모의 결혼기념일이라고
홍어, 미나리, 청경채, 무우, 해물탕 재료로 꾸려진 선물꾸러미 속에
예전에 내가 좋아하던 고급 막걸리,
배상면 주가의 <느린마을 막걸리>를
한 세트들이 세 병을 차에 실어 왔다.
그러면서 내가 어제부로 술을 끊었다 해도
웃으며 반신반의했다.
그동안 수십번 술을 끊었다 다시 술을 마셨다를 반복했으니,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못 믿겠다는 것일 게다.
삼 사년전에 2년 넘게 술을 끊은 적이 있었는데,
신상에 안 좋은 일이 생겼다 하여
다시 술을 마셔댔던 것이 후회스럽다.
그렇다고 문제 해결에 있어서 크게 달라진 것도 없고,
오히려 몸만 크게 망가진 것을.
그런데, 금주(禁洒)가 그리 어려운가.
그저 마시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닌가.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신이 원해서 자신의 의지로 결심하고
실행하는 것뿐인데,
그것이 무슨 대단한 일인가 싶다.
나는 대학 입학 후에 시작한 담배를
하루에 한 갑 정도 피웠다.
술자리가 있으면 한 갑 반도 피워댔다.
그러다가, 아들들이 태어나고,
전남 장흥의 첫 부임지를 떠날 즈음에
10년 만에 몇 차례 시행착오 끝에
금연(禁煙)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런 전력이 있어서
술마시기도 수월찮게 그만둘 수 있으리라고 믿는 구석이 있다.
내가 누구보다 내 몸에 불어닥치고 있는 경고음을 잘 들을 수 있고,
마침내 술을 끊을 시간이 다가왔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나도 더 이상의 시행착오 없이
매끄럽게 금주(禁酒) 여행을 계속하여
내 삶의 윤택함과 풍요로움을 구하고 싶다.
내게 이젠 술이 약(藥)이 아니라 독(毒)이라고 믿고,
한 잔의 술도, 한 모금의 술도 입에 대지 않겠다는
단호한 결의를 밀고 나가면 된다. 그뿐이다. 그것이면 만사 오케이인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온전한 정신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겠다.
날마다 금주여행의 새로운 역사를 쓰면서 내 길을 가겠다.
길거리의 무수한 술 간판,
이자카야를 포함힌 모든 술집은 내게서 떠나갔다.
이젠 술은 나와 인연이 다한 것이다.
아듀, 알코올이여,
이제 나는 알코올 없는 세상에서 다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2024년 11월이 12월과 교차하고,
가을이 겨울에게 자리를 내주고 물러서는 즈음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