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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다 그리움이었네!

걷기 여행자 2024. 11. 30. 03:43


      
    조그만 사랑 노래
                      - 황동규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환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어디에 내려 앉지 못하고
눈 뜨고 떨며 한없이 떠다니는
몇 송이 눈



         즐거운 편지
                      - 황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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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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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로 진실로 내가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 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 살다 보니, 모두가 다 그리움이었네!
갈 사람은 떠나 보내고
올 사람은 맞아 드리고
세월따라 흘러온 길,
이제와 돌아 보니, 모두가 다 그리움이었네!
밤을 잊은 그대에게
오늘 밤에도 부치지 못할 편지를 쓰고
안부를 전하는 것도
알고 보니, 모두가 다 그리움이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