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晚秋)의 현충사에서
멋진 단풍 사진 한 두장 건지면 좋겠다.
두고두고 내 자신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고,
말없는 응원의 메세지를 보내주는 그런 사진을.
햇빛이 비추는 화창한 가을 날씨에
하마터면 길을 떠나지 못할 뻔했다.
그러게 무엇이든 부딪쳐 보아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이다.
일단 길은 떠나 보아야 알 수 있고,
때로는 일을 저질러 보아야 할 때도 있다는 이야기다.
길 위에, 길 밖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어찌 알겠는가.
온천 족욕장이 있는 온양온천시장 입구 맞은편에서
현충사로 가는 970번/ 971번 시내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바람이 너무 차다.
햇빛이 얼굴을 가릴 정도로
아산에 부는 바람의 기세가 대단하다.
버스정류장엔 시장 보러 나온 어르신들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모두 나보다 한 수 위의 정정한 어르신들이다. 온돌 의자라서 좋다.
현충사에 들어와서
단풍 사진을 원없이 찍었다.
바람이 세차다고 이렇게 관람객이 없나.
그리고 오늘 같은 날에
출사 나온 사진 작가도 없다니 의외였다.
바람에 불리어서
만추의 현충사를 나왔다.
현충사에 오기를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