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으로 별미, 새알 동지죽을 먹고,
마치 처갓집에라도 다녀간 듯,
도봉동 처제네 아파트를 나섰다.
아내는 동대문 옷가게에서 산 옷이 한 보따리다.
아내와 나는 대만여행에 맞추어,
새 등산화도 샀고,
아내는 마음에 드는 모자까지 산 터라
양 손에 짐이 한 보땨리다.
처제는 병원에 간다는 핑계로
청량리 지나 제기동까지 와서 배웅했다.
동서는 지금 개인택시 운전 중이라,
밤 늦게 퇴근하면,
우리가 안성 집으로 서둘러 갔다고 서운해 하겠지만,
섭섭하지 아니하게,
아니 온듯 길을 떠나는 것이 좋을 수 있다.
아무리 가까운 일가친척이라도
사흘 연속 환대 받으며 머물기는 쉽지 않은 까닭이다.
처제가 챙겨준 이바지 보따리를 보면,
아내는 처제가 친정 엄마 같다고 한다.
함평의 장모님이 돌아가신 후,
두 자매가 서로에게 마음의 의지가 큰 탓이다.
천안행 전철을 타고 평택역으로 가는데,
완행이다 보니,
예전에 밤 열차를 타고 여행하는 듯하다.
나흘만에 집으로 가는데도
마치 일 주일만에 가는 듯하다.
저녁엔 바이올리니스트 제임스 에네스의
첫 번째 내한 리사이틀공연이
있을 것이어서 기대가 된다.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5번(봄), 9번(크로이처) 등.
집이니까, FM라디오가 있으니까,
생중계되는 클래식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