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산면 칠장사에서 칠장산둘레길을 걸어
정상 아래 3정맥분기점에 이르도록
고운 단풍길이 펼쳐져 있다.
칠장산 단풍미인을 만나러 가는 길,
안성 서쪽 끝에서 남동쪽 끝으로
시내버스를 환승해가며 이동해야 한다.
오늘은 점심 도시락 대신
엊저녁 늦게 대구 처가에 다녀 온
아들이
10층 계단까지 날라온 떡으로 점지하였다.
유기농 배추, 무우, 파, 떡을
혼자서 운반하였다니,
나로서는 엄두가 안나는 일이다.
아내는 김치를 담그겠다는 핑계 아닌 핑계로
칠장산 단풍길에 동행하지 못했다.
죽산터미널에서 09:30, 출발하여
죽산삼거리를 거쳐 칠장리로 들어가는
3-2번 마을버스로 갈아타다.
칠현산 칠장사는 단풍빛에 둘러싸여 있었고,
'경기둘레길 40코스'가 지나가는 칠장산둘레길의 단풍은
나한전 앞 '박문수 합격다리'를 건너자
초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대입수능일이 10일 후로 다가오자,
합격다리를 찾는 불자들이 많다.
오후 1:40에야 죽산으로 나가는 버스가 있어서 3시간 반을
산에서 산사람으로 살아야 한다. 행복하다!
금북정맥이 지나는 칠장사에서
단풍미인과 보내는 이 시간이
이승에서의 꿈결 같다.
그러다가, 죽산에서 오신 어르신 승용차로 11:40, 죽산삼거리로 나솔 수 있었다.
예정보다 2시간이나 빨리 앞당긴 것.
90세의 정정한 어르신은,
한 달여전에 앞서 보낸 부인 때문에 칠장사에 오신 것인데,
술을 끊은지 20년이 넘으셨다 했다.
혈압약을 복용하실뿐, 이제껏 크게 병원신세 한 번 진 적이 없으시다는데,
내겐 건강 모델의 표상이 되실 분임에 틀림없다.
오늘 칠장사에서 어르신을 만난 것은,
내겐 큰 행운이요 계시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