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만에 야간근무가 있는 날,
3월의 첫 날 꽃샘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햇빛이 좋아서
거실 베란다에 화들짝 피어난
부겐빌리아 꽃을 뒤로 하고
아내와 함께 봄마중 길을 나섰다.
백운산 가는 길로 접어들었다가,
마무리단계에 접어든 신축 아파트 공사 관계로
흔적이 희미한 옛길의 자취를 찾아서
논두렁 밭두렁길을 헤집고 다녔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을 떼지어 나는
청둥오리떼를 카메라에 담지 못했지만,
시나브로 봄이 내려와 깃드는 길목에서
산수유 꽃망울을 처음 만나기도 했다.
칼바람 끝에서 봄은
그렇게 종종걸음으로 오고 있었다.
승두천 제방길을 내려와 할인마트에 들러
먹거리 재료를 구했다.
육계장 만들 토종닭 한 마리,
토란대, 고사리나물, 그리고 톳나물, 새발나물, 봄동, 오렌지, 딸기 등
푸짐한 장보기를 마친 후,
잔뜩 무거워진 배낭을 메고
봄이 오는 길목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부겐빌리아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