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엔 눈이 내렸고,
아침엔 눈이 휘날릴 정도로 잦아들었다.
산행엔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는 고만고만한 날씨인 것이다.
오늘도 아내는 산에서 미끄러지거나 넘어져서
고관절이며 대퇴부관절을 다칠 것을 염려해서인지 동행하지 않고,
어제처럼 찰밥주먹김밥과 과메기 등을 챙겨주었다.
죽산버스터미널에서 9:30에 칠장리행 3-2번 마을버스를 혼자 타고 들어왔다.
칠장리에서 오후1:40에 죽산으로 나기는 버스가 있으니 3시간은 눈밭에서 살겠다.
시방 나풀나풀 눈이 내리고 있다.
산엔 눈이 쌓여 있어서 설국을 연출하고 있고,
결과적으로 오늘 산에 오기를 참 잘했다.
겨울 끝자락의 눈세상에서 제대로 한 번 놀아 보리라.
칠현산 칠장사에 들어가니,
산사에 소복하게 내리는 함박눈이 장관이다.
눈이 내리면 어이하리야. 어이하리야.
이렇게도 좋은 것을,
아내는 어쩌자고 지레 겁 먹고 눈산행을 접었던 말인가.
길을 떠나지 않으면 이런 설경을 볼 수 없는 것을.
인연은 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야 한다.
독경소리를 뒤로 하고,
칠장산둘레길을 걷기 위해
'어사 박문수 합격다리'를 건너 산 속으로 들어간다.
발목까지 빠지는 눈을 헤치고.
10:40, 칠장사갈림길에 도착.
이곳에서 경기둘레길 40코스는 칠현산으로 올라가고,
나는 칠장산둘레길을 계속 걸어 일단 3정맥분기점으로 산행해야 한다.
다행히 앞서서 지나간 한 등산객의 발자취가 남아 있어서 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