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 반을 넘기기는 했지만
내일의 날씨가 오늘보다 좋을 지 몰라서
평택역 서부광장으로 나와 군문교로 간다.
얼마전에 아내와 함께 걸었던 길.
평택 원평나루 억새밭을 걷기 위해서다.
경기둘레길이 지나는 곳,
억새밭, 갈대밭이 우거진 안성천 고수부지의 산책길, 제방길을 따라
안성 서운면사무소까지야 걷지 못하지만,
진사리 중복리까지만이라도 걸을 수 있으면 좋겠다.
내일도 휴무일이니, 모험(?)을 감행해 보는 거다.
걷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걷지 않고 후회하지 말고, 일단 걷고 볼 일이다.
앞의 길에 무슨 인연이 있을지, 어떤 행운이 있을지 어찌 알까.
경부선 철길 옆으로 난 길을 걸었다.
안성대교에 이르러서
그리운 경기도 삼남길과도 잠시 해후했다.
멀리 서운산이며 금북정맥을 바라보며
찬 강바람어 쓸리어 걸었다.
돼지감자와 땅콩 등 부럼을 까먹으며 걸었다.
비록 귀밝이술을 마시지 못 했지만,
이만하면 행복하지 않으랴.
쉼 없이 걸어서 오후 4:10, 원중복마을 버스종점에 도착하니,
공도읍으로 나가는 7-11번 마을버스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이것도 행운이다.
아내와 함께 왔을 때는 이 곳에서 50분을 기다려야 했으니까.
오후 4:20, 버스는 달랑 나 혼자 태우고
진사리 들판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오늘 저녁은, 어제 안성사랑카드에 입금된 '사회복지시설 처우개선비'로
옛날통닭 치킨을 사가지고 가서
아내와 둘이서 몸보신이라도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