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내리는 날,
벚꽃잎은 그새 지고 초록 잎이 돋아났다.
길을 나서는데,
햇살이 그리운 작약이 봄비를 환호하며
새악씨처럼 수줍게 피어 있다.
인근 아파트 상가에 위치한 한의원으로 가서
세 번째 침술치료를 받기로 했다.
좋은 징조인지 통증은 다소 진정기미를 보이는 듯도 하다.
이곳에서의 인연으로
대퇴부든 골반이든 고관절이든간에
통증이 가시고 예전처럼만 걸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저 낫기만 하여라.
작년 9월에 함께 요양보호사 교육을 받았던 C선생이
나의 뜻밖의 퇴직을 위로(?)한답시고
야간 경비일이 끝나는 대로 한의원 아래
주차장에 와 있었다.
좋은 인연이란 이런 것이구나.
C선생의 SUV차량으로 공도읍으로 나와서
'큰맘 할매순대국'에 잠시 둥지를 틀었다.
C선생이 집에 차를 두고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머릿고기에 막걸리를 시켜놓았다.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막걸리라니, 운치있고 낭만적이지 않은가.
갖은 안주에 막걸리는
혈액순환에도 좋다기에
장수막걸리를 한 병꼴로 마시고,
막판에 철원 전방 백골부대에서
병장 휴가를 나온 C선생의 아들까지 합세하여 술자리를 빛냈다.
반듯하게 자란 젊은이와의 만남도 좋았다.
여전히 봄비는 내리는데,
얼마 전에 C선생에게서 다리통증 다스리는데 쓰라고
'EMS 디지털 저주파 안마기'를 선물 받았는데,
오늘 인천의 아들에게서
'비타그램 쎈항 저주파 마사지기'를
택배로 선물받았다.
빨리 건강해지는 것만이 보답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