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어리 살어리랏다
머루랑 다래랑 먹고 살어리 살어리랏다
세상에 절로 되는 건 없더라.
살다 보면 저절로 살아지는 건 아니더라.
어제부터 동네 한의원에 다니며
침술치료며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
무릎이며 골반이며 대퇴부의 통증으로만 알았더니,
한의사는 대뜸 고관절 부위을 지적하며
침술치료에 나섰다.
"봄이 뭐 별건가요.
당신이 웃으면 다 봄이죠"하는 말도
내게는 빈 말이 되고 말았다.
그러고보니, 3월 말에 요양보호업무를
그만 두어야하는 게 맞았다.
주야 체제로 근무하면서 다리 통증을 다스리겠다는 게 욕심이었다.
결국 다리 통증 앞에서 두 손 두 발을 다 들고 말았다.
다행히 끝까지 원장님의 배려가 있어서
오늘 야간근무로 5개월에 걸친
요양보호사 일을 접기로 하였다.
더 이상 일을 계속 하지 못한 것이 분하기도 하지만,
선택을 더는 늦출 수가 없는 상황이 되었으니, 일단 살고봐야 한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5개월을
마치 5년을 살듯 지냈다.
이곳 요양원의 동료 선생님들과 어르신들이 오래도록 그리울 것이다.
내 불가피한 선택이
내가 더는 상처를 받지 않고,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를 바랄뿐,
좋은 기억만 살아 남았으면 한다.
꽃이 계속 붉을 수 없듯이,
꽃이 계속 핀 채로 있을 수 없듯이,
나는 낙화되어 제자리로 돌아가련다.
그러나 예전보다 풍요로와지고,
더 깊이 있는 삶을 살 수 있게 되면 좋겠다.
요앙보호사 업무가 극한직업에 버금간다는 말은 옳다.
마땅히 제대로 평가받고 존중받아야 한다.
그 사실을 실제 체험을 통해서 알게 된것만 해도 큰 깨달음이다.
3년 여 요양원과 요양병원을 전전하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추억하는 귀한 시간을 보냈다.
이제 지칠대로 지쳐서
마지막 야간근무의 출퇴근은
마침 주말이라 아들의 승용차 신세를 져야겠다.
나는극복하거나 굴복한 것이 아니다.
상황에 맞게 최선을 다해 전력투구한 것이다, 라고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