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게 서리가 내린 길을 걸어
동네 한의원 가는 길,
어느새 내 머리에도 서리가 하얗게 내렸다.
겨울이어서 좋다.
봄은 봄이어서 좋았는데,
무더운 여름날을 지나 찾아온 가을날도 좋았고,
겨울이 되니 찬 바람 불어
겨울다워서 좋은 것이다.
덥고 추운 것을 나로서는 어찌할 수 없으니,
그대로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으면 즐길 수밖에!
토요일이어서,
한의원을 찾은 어르신들이 많다.
나이가 들어가니,
삭신 이곳저곳이 비명을 호소하고,
그래도 살아 있음을 증영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동안 몸을 소홀히 했으니,
조금씩 댓가를 치루라는 뜻이렸다.
그러나 오는 길에 만난 어르신 한 분은
나처럼 지팡이를 짚고서도
용케도 담배를 피우는 것을 보고,
무지하다만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암병동에서 죽음을 맞이해서는 안되는데,
어쩌자고 저런 만용을 부리는 것인지!
그러나 딴은 이런 생각도 들더라.
당뇨가 무서워서 술조차 마시지 못 하는 나와 달리,
그는 담배를 피울만한 건강이 되니까 피우는 거라고.
또는 그만한 기막힌 사연이 있지 않겠느냐고.
결국은 내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라는 결론이다.
그에게 가족이 없다면, 혼자서 파멸의 길로 걸어가든 말든
사회에 큰 죄악을 주는 것은 아닐 수도 있으므로!
하지만 다리가 불편한 노인장인 그에게
가족이 있다면,
무책임한 그를 비난해야 하지 않을까.
사회적 경제적 부담을 줄 것이 뻔하고,
혼자로서 끝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니까.
지금 이 시각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병원에서
병을 낫고자 애를 쓰고 있는지,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