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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에 부쳐~

걷기 여행자 2024. 5. 8. 11:09


인근 아파트 상가에 있는 한의원에
근 보름만에 고관절 부위의 통증을 다스리기 위한 침술치료 및 물리치료를 받으러 갔다.
그간 제주도 여행으로 인해 열흘 연속 다니던 한의원을 오랫만에 찾은 것.

도대체 예전의 몸 상태로 돌아갈 수는 있는 것인가.
오늘같이 걷기 좋은 날에,
오산대역 앞의 물향기수목원에 들렀다가, 오산천을 건너
오일장이 열리는 오산오색시장으로 걷는  즐거움마저 쉽지 않다니!

섬에 갇힌 기분이다.
마음 같아서는 지난날 6년을 살았던 강원도 속초로 가서
블러그에 무수히 올린 설악산이며 해변길, 호숫가길, 마실길 등
사무치게 그리운 둘레길을 걷고 싶은데,
그래야 15년 전의 속초와 지금의 속초 시이에서 변화된 속초를 만나
책 만들기에 나설 수 있을 터인데!
고성이며 양양, 강릉까지 연장된 동해안 사랑을 펼쳐 보일 수 있을 터인데!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이 좋기는 해도
산으로 들로 바다로 마음껏 걸을 수 없으니, 애꿎은 술만 찾게 되고,
신세타령만 하게 된다.
지금 병상에 있는 환우이거나, 이동에 제약이 따르는 요양원에 계신 어르신들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지난번 제주 여행때도 그랬다.
여행 첫날, 애월 해안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정류소에서
일 년살이를 하러 온 60대 여자를 만났다.
3개윌 쯤 지났다는데, 고사리를 무진장 뜯은 이야기도 좋았지만,
윌 49만원의 원룸에서 교장으로 은퇴한 남편과 지내는데,
남편은 그곳에서 1년간의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게 되었다는 말에 더 솔깃했다.

아내가 명퇴를 하고 둘이서 속초살이를 시작했을 때,
아내도 6개윌 정도 의정부에서 기간제 교사를 한 적이 있어서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아내는 서울 도봉동의 처제 집에서 지냈는데, 그때 우리는 때아닌 주말부부로 지내야 했으니,
그에 비하면 제주도의 일년살이 부부는 형편이 나은 것이리라.

오늘 어버이날을 맞아,
아내는 일찍암치 급식 자원봉사에 다녀왔다.
그를 핑계로 함께 물향기수목원에 다녀 오자는 나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니, 누군가에겐 좋은 일이
누군가에게는 피해가 되는 일 같아서 마음이 펀치 않다.

이 글을 쓰는 반 시간 정도를
집으로 가는 벚꽃길의 벤치에 얁아
살 맛 돋우는 바람과 햇빛을 만나고 있다.
자유롭게 길을 걷는 행인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