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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동네 한바퀴

걷기 여행자 2024. 5. 4. 10:32


제주여행에 관한 책 5권을 도서관에 반납하러 가는 길에
걸어서 동네 한바퀴를 돌기로 했다.
열흘 간의 제주여행에서 돌아온 후의 기분좋은 피로감에,
예전 같지 않은 봄날의 기운이 느껴진다.

두 손녀딸은 연휴를 맞아,
아빠 엄마와 함께 대구의 외할머니댁에 내려갔고,
인천의 손자는 중간고사가 끝나서
아빠 엄마와 함께 오후에 안성에 내려 오겠단다.
한 때의 좋은 시절은 왜 이렇게 도망쳐서 달아나듯 빨리빨리 지나가는가.
그리고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그만큼 더욱 애틋한 것이지만.

어제 오후 해거름에
목포대교 아래를 지나 유달산를 바라보며 목포항으로 들어오는
페리호<퀸제누비아 호>에서도
문득 젊은 시절의 목포살이 10년 세월이 사무치게 그리워지더라.

바다를 보면, 또 속초 조양동 아파트 19층에서 동해에 떠 오르는 해를 보며
6년을 살았던 은퇴 이후의 삶도 그립다.
나이를 먹으니, 천지간에 그리운 것뿐이다.
늙어가는 것은 숙성의 세월을 보낸 후 익어가는 것이라 했던가.

동네 한바퀴를 도는데,
모심기 위해 물 댄 논에서는 개구리가 울고,
백운산 가는 길의 들에서는 아카시아꽃이 바람에 향기를 날리고,
장미는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하더라.
이 땅의 봄은 지역이나 시간 차이가 있어도
어디에나 찾아 와 우리 곁에 깃들기 마련이다.

                           목포대교

                            유달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