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서가 정리를 하다가,
오래 묵은 책 한 권을 찾았더니,
<진옥섭의 藝人名人 노름마치> (2007년 刊)였다.
노름마치는 '놀다'의 놀음(노름)과 '마치다'의 마침(마치)이 결합된 말로
최고의 잽이(연주자)를 뜻하는 남사당패의 은어라 했다.
첫번째로 읽은 대목은,
<중고제의 마지막 소리, 심화영>으로
내포 땅의 서산에서 청송 심씨 일가의 예술을 더듬는데,
1910년대 장안사의 간판스타였던 소리꾼 심정순(沈正淳, 1873~1937)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중고제(中古制)는 충청도와 경기도 일대에서 전승된 판소리로,
전라도 동쪽의 동편제(東便制)는 웅장하고 통큰 소리를 내는 우조(羽調) 성음을 주로 낸다면,
서편제는 애절하고 구슬픈 계면조(界面調) 성음을 주로 내었다.
중고제는 우조와 계면조의 중간인 화평한 평조(平調)를 주로 썼다."
중고제의 소리 맥은 끊겼다지만,
소리와 춤으로 소문난 심화영 명인의 <승무>가
외손녀 이애리의 춤으로,
조카인 가수 심수봉의 노래로 전승되었으니 위안이 된다.
<밀양강변의 춤의 종손, 하용부> 편을 읽고,
<소리 소문을 보러 가다> 편에서는
한승호(韓勝浩)(1924~2010) 명창과의 대담이 나와 있고,
판소리의 특징이며 역사에 대한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다.
광주 태생의 한승호 명창에 대해서는
<적벽강에 불 지르러 가요, 한승호> 편에서도 따로 다루기도 하였다.
<백년의 가객, 정광수> 편에서도
전남 나주 출신의 정광수 명창(1909~2003)을 통해서도
<초야에 묻힌 초당의 소리, 한애순> 편에서도
판소리가 2003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걸작'으로 지정되기까지
우리의 판소리가 이어온 소릿길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특히 곡성 옥과 출신의 한애순 명창은
소리선생이 담양 출신인 박동실 명창(朴東實,1897~1968)이었으니,
전쟁 속에서 추운 북쪽으로 떠난 스승때문에 겪은 고초가 오죽했을까.
유려하고 맛깔스럽게 씌여진
<진옥섭의 藝人名人 노름마치 1>이 이러하거늘,
2권에는 어떤 내용이 실려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판소리 입문서로도 손색이 없는 이 책에는 춤의 명인이 다수 소개되어 있으니,
공옥진(1931~2012) 춤꾼 명인이며,
<춤추는 슬픈 어미, 장금도>,
<춤을 부르는 여인, 유금선>,
<춤으로 생을 지샌 마지막 동래한량, 문장원>,
<우조(羽調) 타는 '무학도인(舞鶴道人)', 김덕명> 편이 있어서
두고두고 읽고 참고할 책임이 분명하다.
벌써 세 번째인가, 유튜브 동영상으로
<수궁가 완창 판소리 김선이 명창> 편(2020. 3. 11)을 감상한지가.
판소리 다섯 마당이 각기 감상의 특장이 있어서,
어느 마당을 들어도 좋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