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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를 만나다!

걷기 여행자 2025. 2. 2. 11:11


      조그만 사랑노래
                       - 詩 황동규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환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어디에 내려앉지 못하고
눈 뜨고 떨며 한없이 떠다니는
몇 송이 눈.


   더 조그만 사랑노래
                     -詩 황동규


아직 멎지 않은
몇 편의 바람.
저녁 한 끼에 내리는
젖은 눈, 혹은 채 내리지 않고
공중에서 녹아 한없이 달려오는
물방울, 그대 문득 손을 펼칠 때
한 바람에서 다른 바람으로 끌려가며
그대를 스치는 물방울.

-황동규 시선, <三南에 내리는 눈>에서



        즐거운 편지
                   - 시, 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황동규 시선, <三南에 내리는 눈>에서


*우리 가락, 우리 소리 <판소리> 다섯 마당, '춘향가' '심청가' '흥보가' '수궁가' '적벽가'를 알고 난 후의
시(詩) 감상도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다.
한꺼번에 내 삶에 들어온 <판소리>의 가락과 소리와 장단이, 소릿길이 되어
긴 겨울을 건너서 봄으로 기는 동행이 되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