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데까지 가보라는 말도 있지만,
길이 아니면 돌아가라는 말도 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적용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그때 그때의 판단에 따라
그 후의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그 판단이 틀렸으면,
순순히 잘못을 받아들이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용기와 지혜를 가져야 한다.
나는 한창 때 전국의 명산을 찾아 혼자서 등산하던 때가 많았다.
겨울산을 오르던 재미도 알던 때여서
수차례 산에서 조난 당할뻔한 적도 있었다.
가을의 영남알프스의 가지산 가는 길에,
겨울의 폭설 내린 조령산에서,
여름날 지리산 왕시루봉 가는 길에,
가을날 지리산 만복대에서 세걸산 가는 길에,
포천 국망봉에서 가평 명지산 가는 길에,
초봄에 포천 명성산에서 산정호수로 내려오는 길에,
조난 직전에서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그 때 내가 선택할 수 있었고
도움이 되었던 것은,
길을 잃은 원래의 지점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 때 내가 만용을 부리고 독불장군식으로 길을 놓친 산길을 좇아갔더라면,
더 미궁 속으로 빠져 들어갔을 지도 모를 일이다.
이쯤되니까, 지난날 내가 올랐던
전국의 수많은 명산의
등산에 대한 기억이 떠오른다.
그 때문에 지금 내가 무릎 통증을 갖게 되었다 해도
후회하지 않을만큼 값지고 소중한 추억들이다.
바람 쐬이러 멀리 안성 시내로 나갔다.
은행에서 볼 일을 보고,
안성천으로 가서 흘러가는 강물을 보고 싶었다.
물은 흘러 흘러가다가,
바위를 만나고 가로막은 둑을 만나면
에돌아서 흘러가지 않더냐.
순리(順理)에 따라서 살아야지,
다짐하는 기회를 갖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