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내린 눈으로
세상이 살짝 은빛 눈세상으로 변하였다.
나무지팡이에 의지하여
동네 한의원 가는 길,
조선시대의 방랑 시인 김삿갓(김병연)은 어땠을까.
죽장에 삿갓 쓰고 방방곡곡 헤맬 적에
몸이 여기저기 아프기도 했으리라.
지금의 현대 문명병이라는 고혈압, 고지혈증, 고혈당의 삼고(三高)를 앓지 않았겠지만,
수술 치료가 원활하지 못해
그 시절 허다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으리라.
그러나 포장 안 된 길로 말과 마차, 소달구지가 다녔을 테니,
교통사고는 없었겠지.
그리고 삼천리 금수강산 어디에나 오염되지 않은 물길은 흘렀을 것이고,
먹거리가 상대적으로 안전했을 것이고,
하천 어디에서나 멱감기가 가능했을 것이다.
고지혈증, 고혈당 등 건강을 위협하는 건강 위험군이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는 가운데
한의원에서 곧장 집으로 돌아와
식후 2시간의 혈당체크를 한 결과,
공복 상태보다 더 좋은 수치가 나왔다.
어찌된 일인가.
불과 3시간 사이에 내 몸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가.
이런저런 건강타령이 효과를 보았는가.
이런 상태라면,
점심 식사후, 운동삼아 산책을 나서도 되겠다.
길에 눈이 없을 때가 아니라,
아직 길에 눈이 있을 때에
길걷기를 하는 나는,
어쩔 수 없는 길 위의 도보여행자로 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