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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봄이로구나!

걷기 여행자 2024. 3. 12. 11:33


지금쯤 남쪽 바다 한려수도의 여수항에서
오동도 동백꽃에 물들여 있어야 할 내가
웬일로 안성 공도의 마실길을 걷고 있다.
비에 젖은 날씨는 영낙없이 봄을 알리고,
곰살맞은 바람도 간간히 불어와
지팡이 없이 평지길이며 들길을 걷는
나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인천의 아들의 득달같은 성화에 못이겨
동네의원을 찾았더니,
엉덩이의 종기는 메스로 쨀 정도는 아니라며
나흘간의 염증을 다스리는 소염제와 진통제를 처방해 주었다.
우려한 대상포진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그러다가, 목적지 없이 발길닿는대로 걷기로 했다.
아내는 오전에 봉사활동을 하고 있어서 오늘의 길 걷기 여행에 동행하지 못했다.
아, 우리가 사는 동안, 우리는 각자
그 많은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골라서 살고 있구나.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선택의 길에서
의미 있는 삶을 살아 가려고 애쓰고 있구나.

길가 정자에 들어 로만통밀식빵 3조각을 생수를 벗삼아 먹는다.
세상의 그 많은 먹거리 가운데 선택받은 음식이 고맙다.
오늘부터는 상당한 기간 동안, 술과 커피를 삼가기로 한 것도 좋은 선택사항이다.
얼마든지 휘발유로 움직이는 차량을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두 발로 걷는 것은 최고의 선택이다.

대체 나는 이제까지 살아 오면서
지구를 몇 바퀴나 되는 길을 걸었을까.
공도읍의 새로 솟아난 아파트 옆으로
널찍한 신작로길이 포장되어 있지만,
나는 애써 편한 길을 외면하고,
난촌마을로 건너가는 옛길(?)을 걷고 있다.
승두천을 따라 승두리 들판길을 걷기 위해서
점차 사라지고 잊혀져 갈지도 모를
마을길, 마실길, 고샅길, 골목길, 올레길, 농로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