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
- 김용택
길가에 호박꽃이
노랗게 피어납니다.
강가에 물봉선화
붉은 꽃이 피어납니다.
산자락 아래 마타리
노란 꽃이 피어납니다.
우리 어머니 밭 가에
하얀 구절초 꽃이 피어납니다.
우리 아버지 산골 논 벼꽃이 피고
논두렁에 꽃마리 꽃도
피어납니다.
꽃 핍니다. 다 꽃입니다.
내 말이 다 꽃이 됩니다.
내 생각이 다 꽃이 됩니다.
내 손짓 몸짓이
다 꽃이 됩니다.
모두 꽃이 되어
아름다운 꽃밭을 만들었습니다.
가을이 만들어 놓은 꽃밭에서는
니는 꽃이다.
벼와 수수와 대추
감이 큰소리칩니다.
* 평택역에서 온양온천역으로 가는
전동열차 안에서
처음으로 만난 꽃 시,
섬진강 시인 김용택 님의 <꽃밭>이다.
전철에는
온양온천역 오일장 (4, 9일)으로 나가는
어르신들이 가득하다.
아침나절엔 추웠지만,
안개가 걷히고 해가 비추면서
땅도 공기도 온기를 품고 있다.
이곳에 온 어르신들이사 시장나들이도 하고,
장터국밥으로
온천에서는 왕처럼 온천욕으로
짧은 가을날 하루를 살았으면!
그것이 가을날 꽃길이 아닐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