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단풍이, 단풍이
산을 따라 골을 따라
북에서 남으로 내려오고 있다.
봄엔 꽃들의 개화가
남에서 북으로 올라오더니!
봄이 좋아서
꽃마중 나가는 봄길이 좋더니,
가을엔 단풍맞이길에서
단풍을 떠나 보내는 것이
내 나이엔 더 어울릴만한 것인가.
대추 한 알
- 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서서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저게 혼자서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달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 게다
대추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 이 가을, 상강 지나고,
아산 온양온천역에 가면,
서리 내린 길을 걸어
곡교천 은행나무길을 걸어
현충사 이충무공 생가 앞의 은행나무의 노랗게 물든 잎들을 만나고 싶다.
곡교천 둔치엔 국화꽃도 피어 있으려니!
아내는 함께 단풍놀이 가는 대신
온양온천 오일장(4, 9일)에서
생 도라지나 데려오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