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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머무는 곳에

걷기 여행자 2024. 10. 19. 14:34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한강 작가의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를 다 읽고,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다가,
비가 그친 틈을 이용해
'용이동 걷고 싶은 길'을 따라 산책길에 나섰다.

대체 인간의 본성은 성선설, 성악설 중
어느 것에 기초한다기 보다는
양면이 공존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겨우겨우 인간세상이 유지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희망과 절망이 공존하고,
그 때문에 기쁨과 슬픔이,
날실과 씨줄로 엮어져서 세싱살이가 이어지는 것이리라.
양심의 잣대 저울이 어느 쪽으로 기우는가에 따라,
폭력과 전쟁이 난무하기도 하고,
잠깐의 평화라도 깃들기도 하는 것이다.

가을이 머무는 곳에,
더디 왔다가, 잠깐 머물다가, 금방 가버리는 가을의 한복판에서
인생을 생각한다.
너무도 빨리 연기처럼 안개처럼 사라지는 인생,
아침 이슬처럼 햇빛에 금방 사라지는 인생,
나는 그 인생길의 어디쯤을 살고 있나?

물따라 바람따라 구름따라 흘러온 인생.
인생길엔 꽃이 피고 나비가 날고, 새가 울고,
비가 내리고, 태풍이 불고,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지고,
눈이 내려 쌓인다.
그 길에 동화되고, 그 길에 스며들고, 하여
나의 계절은, 가을을 지나가고 있는데,
슬픔이 범벅이 되어 있구나!

물따라 바람따라 구름따라 흘러갈 인생,
내겐 몇 번의 꽃 피는 봄이,
그 꽃이 단풍들고 낙엽이 져서
눈에 덮였다가.
다시 꽃 피는 봄을 맞이하게 될까.
가을이 머무는 이곳에서 지금,
난 제대로 살고나 있는 것일까.


민들레꽃

                          산수유 열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