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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쌓인 물향기수목원 가는 길~

걷기 여행자 2024. 11. 28. 09:26


언제 올지 모를 절임배추를 기다리다가,
쪽파도 다듬어 났겠다,
씻은 무우는 강판에 갈면 되는 거고,
김장 직전에 양념도 버무리면 되는 거고,
아내는 무에 걱정할 것이 그리 많은지,
오후에 세 번째 허리주사도 맞을 겸,
다시 한 번 물향기수목원으로 발걸음하는 날 두고 타박 일색이다.
그렇다고 눈길을 뚫고 올 절임배추를
이제나저제나하고 마냥 기다릴 순 없지 않은가.

물론 김장 행사가 중요하기는 하다.
그러나 설경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날이
일년중에 며칠이나 될까.
어차피 둘이서 하는 김장,
저녁에라도 할 수 있는 것이고,
혹시라도 두 손녀딸에게도 김장 체험을 하도록 기회를 주는 것도 좋을 텐데...

결국 깅판에 한 개에 4,000원 하는 무우 3개와,
한 개에 2,000원 하는 당근 3개를 갈고
아내의 핀잔 속에 길을 나설 수 있었다.
이렇게 길 위에 있는 것은,
솔찬히 먼 길을 가는 것은,
꼭 마음 내키는 일은 아니다.

오늘 나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눈 쌓인 물향기수목원으로
단풍+ 설경 나들이를 간다.
막상 밖에 나오니, 폭설 때문에 난리가 났다.
내가 안성에 10년 남짓 살았지만,
이런 눈 폭탄, 기록적인 폭설은 처음이다.
시내버스도 줄줄이 연착이다.
사람도 차량도 모두 거북이 걸음이다.
문제는 시방도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다는 것.

버스 타기 전쟁이다.
버스를 두 대나 놓치고 (승객이 초만원이라),
앞으로 9분 후에, 일죽에서부터 올 버스도 탈 수 있을지 미지수다.
세상에, 이 곳 버스정류장에서 한 시간째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있다.
난 운좋게 30분만에 평택역으로 나가는 시내버스를 탈 수 있었고,
운좋게 평택대에서부터 맨 앞자리에 앉아 갈 수 있었다.

평택터미널에서 평택역으로 오는 사이에
신발이 다 젖었다.
눈 녹은 물이 곳곳에 실개천을 이루면서
누구도 피해서 길을 갈 수 없었다.
평택시에서조차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을 정도였다.
다행히 오산대역으로 가는 전철은
금방 탈 수 있었다.




아래는 아산 현충사에서 찍은 사진들이다.

설해목(雪害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