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북해도) 삿포로를 떠나는 날이다.
삿포로역에서 가깝다는 시계탑은 결국 가지 못했다.
동키호테에서 징기스칸을 먹으려던 야심도 채우지 못했고,
둘째가 가려고 했던 쇼핑몰도 찾을 수 없어 가지 못했다.
어찌 인생이란 것이 마음먹은대로 되는 것이냐.
살다보면, 예정에 없던 일도 불쑥 일어나기 마련이고,
때론 위기가 기회가 될수도 있을 것이고,
좋은 인연으로 시절을 마무리할 수도 있는 것을.
그렇게, 그렇게 사는 것이
평범한 우리네 인생인 것을.
엊저녁엔 혼자서 카락사호텔 뒷편의
다누키코지로 밤마실 나갔다가,
이자카야에서 얼본인들에 섞여
일본 선술집 체험을 하렸더니,
더이상은 술타령을 무의미하게 이어갈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가, 한 시간 가량을
라스베가스를 닮은 Vegas에서
빠찡코와 슬롯머신을 체험할 수 있었다.
옆자리의 일본인들의 도음으로
구슬이 흘러내리는 빠칭코 게임을 했지만, 도통 재미가 없었다.
그러다가, 익숙한 슬롯머신 게임에서는
'빅 찬스'가 터져서 많은 돈을 벌었지만,
그 동전들을 정산할 타임을 놓치고
결국 고스란히 기계에 반납하고 말았다.
도로아미타불이 된 것이다.
그럴 것이다. 정글과 같은 인생길에서
한 번 왔다가 가야 하는 인생길에서
우리는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지금의 삶의 여정은 참인지 거짓인지
끊임없이 자문하게 되는 것이다.
이젠 삿포로를 떠날 때가 되었고,
마음의 준비도 다 되었다.
오후에 삿포로의 신치토세공항을 떠나
서울 인천공항에 도착하면,
중국 항조우 출장길에서 돌아온 아들을 만날 것이고,
아들의 차로 편하게 안성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4박 5일동안, 낯선 땅에서
부모와 떨어져 잘 지낸 두 손녀딸이 대견스럽다.
그리고 그런 착한 두 손녀딸과 지낼 수 있었던 체험을
내 남은 인생동안 소중히 간직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