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역에서 08:31에 출발하는 동대구행 무궁화호 열차로 밀양으로 간다.
(밀양 도착, 09:19)
18:05, 밀양에서 평택으로 가는 새마을호 열차편을 예매했으니,
8시간 반 가량을 밀양에서 살 수 있겠다.
예전 마산, 진해, 창원이 합해져서
거대도시 창원시가 된 까닭에,
마산 남부터미널에서 예까지 오는데 애 먹었다.
시내버스에서는 교통카드를 터치하면, "탄소 감축입니다"라는 멘트가 나와서 이색적이었다.
마산 어시장이며 아구탕거리를 들르지 못해 유감이지만,
가보고 싶은 밀양이 있으니, 절로 잘 되었다 하리.
아주 오래 전에 그리움이 솟구치던 고장,
낙동강변의 밀양으로 간다.
다리가 아파서 오래 걸을 수 없겠지만,
까짓것, 밀양국밥에 소주 한 잔 걸치고서라도
영남루에도 오르고 표충사에도 갈 수 있겠지.
예전 전국의 명산을 찾아 전국을 떠돌 때에
영남 알프스를 수차례 찾았었지.
양산 통도사에서 영축산, 신불산, 천황산 사자평을 거쳐 가지산으로, 운문사로 가다가 비박을 한 적도 있었고,
표충사에서 고사리분교 (학생수가 3영이었던가)가 있던 사자평 억새밭은 자주 올랐었다.
그러다가 한 번은 사자평 오르는길에 샛길로 들어가 산골 외딴 집을 찾았드랬다.
훅염소를 방목하는 부부가 살고 있었고,
하룻밤 묵어가는데,
밤늦게 시내에서 여상을 다니는 딸이 혼자서 산길을 걸어 왔더랬다.
그날이 토요일이었던 게지.
그날밤 호롱불 아래서 눈이 먼 아주머니는 바느절을 하고,
그 옆에서 다소곳이 앉아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를 읽던 딸어 모습이
지금도 선연히 눈앞에 떠오른다.
그후 서울에서 영상촬영 일을 하는 동생과 함께 다시 그곳을 찾아 가고자 했지만,
산골엔 더이상 아무도 살 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지금쯤 마음씨 고운 산골 부부와 딸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방금 진영역을 지났다.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생가를 세번씩이나 찾을 때, 거쳐간 곳이 구포와 진영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어제 소매물도 등대섬으로 가다가
미처 빠지지 않은 바닷길을 건너면서 물에 빠진 등산화가
채 마르지 않아 고약한 냄새 때문에
열차 안에서 민망하고 난감하다.
나에겐 에피소드 추억인 것이 타인에겐 민폐가 되니 아이러니가 아닌가.
마침내 열차는 그리운 삼랑진역에 들어서고 있다.
(지금은 열차가 삼량진역을 거치지 않고 운행되고 있다.)
이제 밀양은 강따라 지척이니,
이는 추억 속으로 들어가는 열차로구나.
마산역 광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