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9:45, 소매물도에서 등대섬으로 건너가는 열목개 몽돌해안은
여전히 바닷물이 갈라지지 않고 있다.
이렇게 물때를 못 맞추기는 처음이다.
그래도 바다 건너(?) 등대섬을 바라보며
파도에 몽돌이 씻기는 소리를 듣는 재미도 있다.
그늘진 곳인데다 간간히 바닷바람도 불어와 피서를 즐기는 셈이다.
다만 수시로 갯강구가 접근해와 성가시긴 하지만.
그래도 아까참에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마신
도산생막걸리 한 컵이 은근히 효과가 있는 듯하다.
10:30, 방금 외국인 여자 둘이 오더니,
등대섬으로 건너갈 수 없음을 알자,
가차없이 팬티차림으로 바닷물 속으로 뛰어든다. 용감무쌍하다.
그러면 그렇지. 바다갈라짐은 오후 1시가 넘어서 가능하단다.
앞으로도 두 시간 이상 남았다는 건데,
그렇다면 나도 해수욕을 즐기기로 하자.
외국인 두 여성은 푸른 바다에서 나올 줄을 모른다.
못 이긴척 나도 바닷물 속으로 잠수,
반 시간 가까이 남해바다와 친하였다. 올해들어 처음 본격적으로 해수욕을 즐긴 셈인데,
바다에서 바라보는 등대섬은 남달랐다.
문제는 바닷물이 갈라지는 한 시간 반 사이에 팬티가 마를 것인가, 하는 것.
옆에 러시아에서 온 두 젊은 여성이 있으니, 덜 어색하다.
사실 바다갈라짐 물때를 몰랐으니,
예까지 와서 해수욕도 했을 것이고
서너시간을 바닷가 몽돌해안에서 지내는 것 아니겠는가.
시리도록 맑고 쪽빛으로 푸른
이곳의 남해바다를 결코 잊지 못하리.
12:05, 이제 한 시간 후면 바다갈라짐 현상은 나타날 것이고,
그때 보란듯이 등대섬으로 건너갔다가,
오후 4:30배로 통영항으로 나가면 되는 것이다.
세상일이란, 오늘의 밀물 썰물처럼 밀려왔다가 밀려가는 것이거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