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첫 월요일,
서광(瑞光)이 비추이고,
새로운 12월의 출발을 축복하고 있다.
아내는 무슨 건강염려증이 그리 많믄지
낙상 사고가 무서워서
오늘도 집을 지키는 붙박이가 되겠단다.
집에 널린 것이 지팡이고 스틱인데!
오늘도 아내를 안심시키기 위해
코끼리지팡이를 챙겨서 길을 나섰다.
12월의 첫 비봉산 산행은
어차피 능선을 종주하여 정상까지 갈 것은 아니고,
약수사가 있는 단픙길까지만 갈 것이다.
오늘은 보개우체국에서 내려 맨발걷기 코스를 지나서 가지 않고,
한경대 앞에서 버스를 내려 인성시립도서관을 지나
통일사에서 숲속 오솔길로 올라가
단풍길로 들어 갈 것이다.
가끔은 산행길에 변화가 주어지면,
오감으로 색다른 경험을 할 수도 있는 까닭에!
오늘 아침에 들었던 가수 황영웅의 감미로운 노래가 생각난다.
가수 임영웅의 노래는 자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같은 영웅이라는 이름자인데도
황영웅의 노래는 들을 기회가 없었을뿐,
목소리가 감칠 맛이 있었다.
이젠 CD가 있으니, 자주 듣게 되겠지!
안성의 진산, 비봉산(飛鳳山)에 와서
단풍미인은 치장을 지울 태세이지만,
눈밭에 떨어진 단풍잎 때문에
길을 재촉하지 못 하겠다.
처연한 아름다움이랄까.
군데군데 습설에 가지가 부러진 설해목(雪害木)이 목격이 되었지만,
약한 가지라서 그랬을 것이라고,
영원한 것은 없어서 한 번은 부러질 신세였을 것이라고 치부하고
위안을 삼기로 했다.
그나저나 눈밭에 떨어져 갖은 자태로
마지막 아름다움을 선명하게 무늬짓고 있는 이 단풍잎의 최후를 어쩔끄나.
미련없이 흙으로 돌아갈 준비를 마친
숙명이라니!
나는 이 비봉산 단풍길에서
그네들을 배웅하며
쉽게 이곳을 떠나지 못 하고 있다.
하산길은 고라니나 멧돼지나 다님직한
샛길을 통해 내려오다가,
눈이 수북하게 쌓인 산길에서
한주아파트 뒤로 내려서도록
특별한 감동과 행복을 만끽하였다.
눈에 묻히고, 인적이 끊긴 산길의 오솔길이었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