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만찬이라니!
아침엔 혹시 숙취에 좋을까 싶어
찐 고구마 4개(小)에 오렌지 한 개에
오랜만에 라면 한 개를 먹고,
반주로 고량주 이과두주 한 모금을 마셨더니.
온종일 KBS클래식FM으로
음악을 듣다가,
점심엔 아내의 강권에 지쳐
새우낙지미역국에 보리현미밥을 반 그릇을 비웠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말은 이 때 쓰는 것은 아니련만,
목숨부지에 이다지도 목을 매달아야 하다니!
이윽고 저녁이 되었고,
아내는 뜬금없이 훈제오리 요리를 내와서
오리구이 상추쌈에
또 마신 술이 지평생막걸리 한 병이라니!
살자고 마신 술인가, 죽자고 마신 술인가.
이런 희귀한 만찬도 있나?
예수의 '최후의 심판'이며, '최후의 만찬'이 문득 생각나더라.
언뜻 본 뉴스에선 영남 지방 일대에 산불이 나서 초비상 상태라는데,
이 땅엔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없는 미증유의 국정마비 상태가 아닌가.
그 속에서 내가 옳네, 네가 틀렸네,
진보냐 보수냐 하는 구태연한 공방을 추접스럽게 계속하고 있다.
자그만치 작년 12월 3일로 촉발된 비상계엄으로 국격은 망가질대로 망가졌는데,
국민들의 경제적 사회적 심리적 갈등을 파탄이 났는데,
그래 너 때문이야, 아니야 너 때문이야 하는
정치적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그러고도 '목숨이 포도청'이라고,
힘 없는 서민은 일터에는 가야 하고,
주말에는 자기 진영을 옹호하는 집회에 참석하고,
저마다 나라 되어가는 꼴을 상대 탓으로 돌리고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
한민족의 남북 분단의 응어리진 마음에
평생 지울 수 없는 동서의 이념갈등의 옥쇄를 어찌 할 것인가.
너는 나와 이념이 달라서,
응원하는 프로야구의 팀이 달라서,
연애도 결혼도 할 수 없어.
우린 서로 딴 나라에 살고 있는 거야.
누가 정권을 잡아도 마찬가지야.
너는 진보, 나는 보수,
너는 보수, 나는 진보,
그런데 거대한 미국은 어떻게 된 거지?
거기도 민주당이고 공화당이고 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