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이야기
대한민국 방방곡곡 구석구석 사람들이 살고 있지만,
경북의 영주 땅에도 언저리 어디쯤엔
낙동강이 흐를 것이고,
소백산 자락으로 더듬어 올라가면
태백산맥의 준령이 솟아 있을 터이다.
영주에 와서
예전엔 후딱 부석사로 올라가 무량수전이나 보고,
안동의 하회마을로 빠지거나,
풍기의 희방사로 가서 죽령 옛길을 걷거나,
단앙 팔경 증 도담삼봉을 만나거나 했었다.
그러던 내가 영주에 와서 밤을 만나
우연히 베스트 숙박업소 <크리스탈 모텔>에 묵었구나.
찜질방이었으면 운이 나쁠 경우 코골이를 만나 고생도 함직하지만,
이 모텔은 그지없이 깨끗하고 편해서 좋다.
엿닐엔 역전이나 버스터미널 주변, 그리고 항구 선착장 주변에 여인숙이 있었다.
조금 고급스러은 곳으로 여관이 있었다.
그러다가 민박집이나 모텔이나 러브호텔,
그리고 마지막에 호텔이 등장했고, 펜션이나 게스트하우스도 생겼다.
코로나19 펜데믹 이후에 찜질방은 많이 자취를 감추었고,
간단한 취사를 할 수있는 민박집도 귀해졌다.
하룻밤 잠자리의 역사를 더듬어 보니,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예전의 길 위의 인생이 생각나는 것이다.
내 인생 여행길에 참으로 많은 곳을 전전하였고,
참으로 많은 잠자리를 거쳐
지금 이곳에 이르렀구나.
살아온 날 보다 살아갈 날이 자꾸 짧아지는 현실에서
이젠 더는 산행 중에 하룻밤을 의탁하였던 산장이나,
텐트를 칠 형편이 안 되어 비박을 했던 일도 다시는 없을 터이다.
휴양림에서의 오두막살이나
해변 백사장에서의 텐트살이도 그렇고!
이 <크리스탈모텔>방 수준이면 하룻밤 지내기엔 안성맞춤이다.
작아도 갖출 것은 다 갖추었다.
에어컨도 있고, TV도 있고, 커피포트도 있고, 로션, 스킨 등 화장품과 헤어 드라이어기도 있고,
심지어 핸드폰 충전기에 휴대용 조명등도 있고,
깜찍한 냉장고엔 매실 쥬스 두 캔, 생수병도 두 개가 있다.
그리고 치약, 칫솔, 면도기 등이 들어 있는 바우처도 따로 있으니,
나같은 길 위의 여행자로선 행복할 따름이다!